줄거리
영화 봄날은 간다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음향 엔지니어 상우와 라디오 PD 은수의 만남을 중심으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잔잔하게 그려낸 멜로 드라마다. 강릉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자연을 녹음하며 가까워지고, 차가운 겨울날 은수의 고백으로 둘의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은 봄처럼 따뜻하게 피어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은수의 감정은 점차 변해간다. 상우는 여전히 진심이지만, 은수는 예고 없이 이별을 선택하고 떠나버린다. 상우는 떠나간 은수를 잊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 이별의 감정을 스스로 소화하며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랑은 조용히 시작되고, 조용히 끝난다. 봄날은 간다는 그 과정을 계절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한 편의 서정시처럼 담아낸다.
등장인물 소개
주인공 유지태가 연기한 상우는 내성적이고 진중한 성격으로, 사랑을 단순한 감정 이상의 관계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는 연인의 감정 변화를 애써 부정하려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진심을 지키려 한다. 반면, 이영애가 맡은 은수는 감정에 솔직하고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사랑이 변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결정을 내릴 줄 아는 현실적인 여성을 대변한다. 두 인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경험하고, 결국 다른 방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인다. 상우의 외삼촌 역의 백윤식은 중년의 삶과 연애를 유쾌하게 보여주며 극에 여유와 균형을 더해준다. 상우의 조용한 세계와 은수의 현실적인 시선 사이에서, 영화는 사랑의 다양한 결을 인물들을 통해 섬세하게 드러낸다.
작품평
작품평 측면에서 봄날은 간다는 한국 멜로영화 중에서도 특히 현실적인 감정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허진호 감독 특유의 담담하고 절제된 연출은 사랑의 본질을 꾸미지 않고 직면하게 만든다. 사랑의 설렘뿐만 아니라, 이별의 고요한 아픔까지도 포착해낸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는 지금까지도 사랑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회자되며, 일상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사랑이 스며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영화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 사랑이 시작되고 스러지는 과정을 병치하며 감정을 시각화한다. 사운드를 수집하는 상우의 직업을 통해 영화는 청각적으로도 풍부한 정서를 전달하고, 배경음악과 자연의 소리는 감정의 파동을 더욱 깊이 있게 한다. 이 작품은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지, 또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봄날은 간다는 아름답고, 동시에 아프다고 표현된다.